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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방대 간호학과를 졸업하여 현재 임상에서 간호사를 하고있습니다. 간호학과 특성상 공부에 쏱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며 학점을 정말 잘 받고 싶다면 새내기 로망따위 없어야합니다. 물론 간혹가다 머리 좋은 친구들은 술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것 같은데도 학점이 잘 나오더군요. 1학년때는 교양과목이 많지만 해부학과 생물에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특히 저는 문과에서 교차지원으로 온거라 생물에서 많이 힘들더라구요. 모든 간호학과가 1학년 때 해부학과 생물을 배우는지는 모르겠다만 대부분은 기본으로 배우더군요

 

 

1학년 : 해부학, 생물

2학년 : 교내실습, 성인간호학, 미생물학

3학년 : 병원실습, 성인간호학, 간호관리학, 지역사회간호학, 정신간호학, 노인간호학

4학년 : 병원실습, 국시과목, 병원 취업 준비

 

배우는 과목의 수는 많지만 제 기억으로는 저 과목들이 골머리를 앓게 했던 것 같습니다. 성인간호학은 말할 것도 없고 미생물학은 그저 기억력 싸움이였던걸로 기억나네요. 내가 지금 외워서 이걸 병원에서 써먹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시험봐야하니까 외웠습니다. 방대한 양을 배워야하다보니 졸업 후 기억에 모든 것이 남지는 않지만 적어도 임상에 신규간호사로 들어갔을 때 기전 등을 환자들에게 설명하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나름 쓸모는 있더라구요. 그래도 병원와서 다시 공부하는 건 같은 것 같아요

 

2학년 교내실습에서는 보통 기본간호학을 기반으로 핵심술기를 연습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손씻기부터 시작하여 관장, 유치도뇨, IV 등등 마네킹에다 별짓을 다 합니다. 그렇게 3학년이 되어 부푼마음으로 병원실습을 나갑니다. 하지만 현실은 바이탈이나 가끔 재어주는 병풍입니다. 의학용어 아직 다 외우지도 못했는데 선생님들 다 의학용어 쓰십니다. 인계시간은 그저 멍때리는 시간입니다. 하나도 못 알아듣거든요. 가끔가다 실습생들끼리 라인잡는 걸 연습해보도록 봐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천사죠. 그러나 가끔 한분씩 태우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게 임상의 쓴맛을 보고 4학년이 되죠.

 

4학년때는 모든게 우울하고 싫습니다. 실습도 어려워집니다. 환자의 케이스가 다양해지며 코드블루 상황도 연습해보게 됩니다. 취조실마냥 보이지 않는 교수님 앞에서 마네킹에다 별짓을 다하고 마이크로 평가를 들을 때에는 멘탈이 터집니다. 아 나 간호사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그냥 합니다. 애들이 놀지 않아 학점을 마무리짓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있으니까요.

 

8월달이되면 우울이 끝을 달립니다.

필기고사 준비하는데 외워도 까먹고 몇회독을 돌려도 뭔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의 경우 서류접수(자소서가 블라인드에 위배되지 않았는지만 봄) -> 필기고사(많이들 떨어짐) -> 면접(준비를  다양하게 해갔으나 하나도 맞추지 못함) -> 신체검사(합격이라고 봐도 됨)

 

몇달간 필통을 다회독한 내 실력이 낱낱이 드러납니다. 퍼시픽은 너무 쉽다고 해서 필통샀는데 그냥 퍼시픽 풀걸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고 굉장히 지엽적으로 나왔거든요. 물론 너무 어렵게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그냥 운빨인듯 합니다. 매 해마다 대학병원에서는 문제 경향을 다르게 내고 '어디는 쉽게 낸다고 했다', '해피캠퍼스에 작년문제 있다' 하는데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매해 달라집니다. 물론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 좋겠지만 그 말과 자료들을 맹신하면 저처럼 큰코다칩니다. 

 

면접볼 때 예상질문을 미친듯이 준비하며 자다가 깨워도 1분 스피치를 할정도로 연습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은 '최근에 재밌게 본 영화가 있냐?' '인상깊은 이유가 뭐냐' 등등 쉬운질문이며 단점을 보완할 방법 등등을 물어봅니다.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실습, 학교, 학업 때문에 최근에 본 영화가 없었거든요. 결과는 광탈이였습니다. 물론 저보다 필기점수가 높거나 유창하신 분들은 합격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렇게 나 자신의 위치를 깨달으며 졸업시험을 봅니다. 어렵습니다. 간호과학회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근데 진짜 어이가 없었던게 뭐냐면, 담당 교수님이 "얘들아 국시는 이것보다 훨씬 어렵게 나온다"라고 했지만 저는 물국시였습니다. 엄청 쉬웠어요. 퍼시픽만 볼걸 괜히 필통 사서 푼것도 후회가 됐습니다. 국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내가 어쩌나 여기까지왔나, 대체 나는 4년동안 뭘 했나 자기비하를 미친듯이 합니다. 그래도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며 미친듯이 공부합니다. 

 

그렇게 대망의 국가고시날. 별거 없습니다. 수능볼 때 느꼈던 그 허탈감을 또 느끼는 수준입니다. 가채점 후 합격이 확정되면  내가 울고싶지않아도 눈이 웁니다. 힘들었거든요.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지 3주 후 신규간호사로 병원에 입사하게 됩니다.

 

결론 :

-1학년때무터 공부 열심히 해라

-놀지말고 학점 챙겨라 블라인드 너무 어렵다

-면접 우리가 다 아는 그 초록이 도움이 많이 됐지만 잘 안나왔다

-필통, 퍼시픽, 간호과학회 등 국시에 사용될 문제집은 제본하거나 도서관꺼 빌려보지말고 무조건 비싸도 사라. 왜냐면 계속해서 몇회독을 해야되기 때문에.

-뻡규는 인강봐라 = 저같은 경우 그냥했을 때 8개 맞았었는데 2주전부터 인강듣고 국시때 2개 틀렸습니다

-국시만 통과하면 취업은 어디든 한다 취업걱정 전혀 하지 말아라

-해피캠퍼스에서 블라인드 작년 출제지라고 나오는거 믿지마라, 심지어 답도 틀린것도 있다

-실습 때 은근 태움 당한다. 하지만 그건 태움측에 끼지도 못하는 수준이라는거...

 

 

늦지 않았으니 편입이나 전과를 해보세요. 간호학과가 이렇게나 많은데 간호사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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