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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주정도의 행복한 시간을 맞이한 뒤 신규간호사로 입사를 하게됩니다. OT 때 동기 같은 팀 동기 몇명도 사귀고 국시보느라 공부했던 내용들을 복습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후 생전 처음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병원이라는 단위에 위압감을 받습니다. OT 마지막 날 가게될 병동이 정해지고 같은 병동 동기, 수간호사와 인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때만 해도 다들 좋은사람인 것 같고 나는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게 잘 버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출근 첫날 인사기계가 되어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다닙니다. 딱 봐도 기가 세고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 많지만 내가 잘 하면 다들 잘 해줄거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습니다. 일주일 정도 선생님들 잔심부름이나 일하는 것 관찰하는 것 정도의 일을 합니다. 그 후 액팅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펑셔널은 액팅과 차지간호사가 나눠진 방법이고 팀간호는 액팅과 차지를 모두 한사람이 하는 방법입니다. 제가 입사한 병원은 팀간호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렇게 액팅을 해가며 무균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라인은 잡는대로 모두 페일하고 차지도 보지만 생전 처음보는 전산들에 머리가 마비되기 시작합니다. 그 때부터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미친듯이 공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각종 검사들부터 과장(의사)들 스타일까지 모두 외웁니다. 퇴근하면 힘들어 죽겠지만 내일 혼나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합니다. 무심코 넘겼던 PO 약의 형태까지 외웁니다.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해내는 내 자신이 신기합니다. 4주정도 됐을 무렵 사회생활이 시작됩니다. '저번에 가르쳐주지 않았냐 왜 기억을 못하냐' '태도 똑바로 해라' '쌤이라고 부르지말고 선생님이라고 불러라 니가 제일 막내다' 부모님 뭐하시며 애인 유무, 애인이 하는 일까지 하나하나 다 물어봅니다. 그리고 나에대한 모든 정보는 병동 모두가 알게됩니다.(한 사람한테만 얘기해도 이미 소문처럼 다 퍼지고, 비밀은 없습니다) 한달정도 하다보면 나도 뭔가 간호사 같아지기 시작합니다. 입,퇴원도 받고, 드레싱도 하고, Lab도 볼줄 알며 ABGA도 합니다. 라인은 페일하는 경우가 적어지고 회진따라가서도 잘 알아듣습니다. 인젝을 하는 손놀림도 빨라집니다. 검사도 보내고 검사 결과도 파악하며 환자의 모든 것을 외우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프리셉터가 있기에 그리 무섭지 않습니다. 2달 차 부터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또라이가 있나 실감을 하게됩니다. 보호자, 환자에 대한 경멸이 생깁니다. 내가 잘못한게 없어도,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잘못하지 않았어도 무조건 죄송합니다 말하고 싹싹 빕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렇게 안하면 일이 일파만파 커지기에 참고 빕니다. 그리고 가면 갈수록 살이빠집니다. 입맛도 없어지고 늘 피곤하며 집에가면 출근하기전까지 불안한 감정이 듭니다. 2시간 정도의 초과근무는 기본입니다. 초과근무 수당을 신청하는 사람은 수간호사에게 면담불려갑니다. 선배들은 일못하는 사람을 뒷담화 하고 그건 나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도 1년은 버텨야 경력이 생기기기에 참습니다.

 

그 후 응급퇴사를 하게 됩니다. 선배간호사들의 뒷담화는 도를 넘습니다. '쳐버리고 싶다' '쟤 언제 그만두냐' '쟤 존x싫다' 등 입에 담기 힘든 말이 들려옵니다. 앞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환자가 있던, 보호자가 있던, 실습생들이 있던, 동료간호사가 있던 소리부터 지르고 봅니다. 내가 첫날에 본 사람이 맞나 싶습니다. 그리고 태움을 정당화 합니다 '내가 너 예뻐해서 이러는거 알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말고 집에가서는 푹 쉬어' 그 말이 어린 마음을 희망고문합니다. 내가 이상하구나 싶었지만 돌아보니 태움이 맞습니다. 그렇게 인계시간이 무서워집니다 환자가 컴플레인을 하면 수간호사가 혼냅니다. 같은 병실 환자가 시끄럽게 하는데 왜 조취를 취하지 않냐는 컴플레인입니다. 섬망이 온 환자에게 아티반을 투여했지만 이미 치매가 진행된 분이라 혼잣말을 하십니다. 여기서도 할 수 있는말은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 밖에 없습니다. 병원 다니는게 무섭고 이제는 불안증까지 생기기 시작합니다. 급격하게 빠진 살과 피로 누적으로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힘듭니다. 

응급퇴사를 한다고 하면 수간호사가 회유책을 씁니다. 하지만 생각에 변함이 없으면 화내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나는 내가 더 중요하기에 퇴사를 하겠다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옵니다.

 

일을 쉬며 현타가 미친듯이 옵니다. 다른사람들은 버텼는데 왜 나는 못버텼나 힘들고 병원을 그만둔 친구보다 병원에서 버티고 있는 친구들이 먼저 보이며 나와 비교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내가 사회생활을 못하는구나, 나는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1달도 채 제대로 못 쉰 채 복직을 결심합니다.

 

여러 구직사이트를 보며 갈 병원을 탐색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큰 병원에서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작은 병원은 더 낫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보며 상대적으로 퇴사한 병원보다 작은 규모의 병원을 선택합니다. 면접을 보면 100% 합격입니다. 그렇게 1차 병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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